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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일까 창작일까, AI 시대의 결과물

AIPM시각생각정리

변화는 언제나 먼저 불안을 만든다

"이거 혹시 AI가 쓴 거야?"
요즘 가장 많이 하고, 듣는 질문. 짧은 질문인데 그 안에 담긴 뉘앙스는 생각보다 무겁다. AI가 썼다면 네가 쓴 게 아닌 거 아니냐는 것이고, 그게 부정행위 아니냐는 거다.
 
기술은 언제나 사회보다 먼저 도착한다. AI도 다르지 않다. 지금은 그 격차 속에서 기준이 정비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기존 창작 평가 프레임은 유효한가

"창작은 스스로 해야 정당하다"는 전제가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 전제가 원래부터 절대적이었던 건 아니다.
책을 찾아 읽고 인용한 건 참고자료다. 동료한테 조언 받아 다듬은 건 협업이다. 블로그 서칭해서 구조 참고한 건 리서치다. 다들 그렇게 해왔다. 정보를 찾고, 정리하고, 말로 옮기는 창작의 과정은 예전에도 다른 도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AI가 그 역할을 하면 왜 갑자기 문제가 되는 걸까.
결국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얼마나 비판적으로 활용했는가다.
 

AI는 자동완성이 아니라 대화형 편집자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일방향 도구로 생각한다. 넣으면 나오는 자동 번역기처럼. 근데 실제로 써본 사람은 안다.
기획자가 이런 프롬프트를 입력했다고 치자.
 
사용자 온보딩 화면에서 이탈률을 줄이기 위한 문구를 UX Writing 관점에서 써줘.
 
AI가 초안을 뱉는다. 기획자는 말투를 바꾸고, 단어를 고르고, 목적에 맞게 다듬는다. 1차 초안 → 편집 → 리뷰 → 수정. 원래 글 작업에서 늘 해오던 흐름이다.
 
AI는 창작자가 아니라 편집을 돕는 동료에 가깝다. 인간은 방향과 목적을 제시하고, AI는 거기에 맞춰 구성한다. 결과물의 책임은 그걸 채택하고 마무리한 사람한테 있다.
 

실험실을 벗어난 AI, 제품이 되다

AI가 실무에 들어온 방식은 ChatGPT만이 아니다. 최근엔 개발자 도구나 기획 보조 툴로 넘어가면서 아예 제품이 되기 시작했다.
 
공통된 구조가 있다. 사용자가 가진 기획 의도나 제품 상상을 명료한 언어로 정제하면, 그 결과가 코드나 문서, 프로토타입 형태로 반환된다. Vibe Coding은 자연어로 기획 의도를 입력하면 코드 초안을 생성하고, PRD Maker는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프로덕트 기획서 형태로 돌려준다. "기획 → 출력"의 벡터가 생긴 것이다.
 
PM 입장에서 이 흐름을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이 도구들이 하는 일은 결국 앞서 말한 "대화형 편집자" 역할을 제품화한 거다. 개인이 AI와 주고받던 편집 루프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로 포장한 것. 그러니까 AI 활용 방식이 개인의 역량 차이에서 점점 구조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게 창작 방식 자체를 바꾼다. 문장을 처음부터 쓰는 게 아니라 의도를 먼저 정제하고, 출력을 검토하고, 다듬는 순서로. 시작점이 달라지면 사고의 순서도 달라진다. PM이 기획서를 쓸 때도, 개발자가 코드를 짤 때도, 작가가 초고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는 게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AI는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게 아니라, 창작을 시작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기여도가 아니라 책임감이다

AI 사용을 공개해야 하는가,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어디서부터가 편집인가. 이 질문들은 점점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도구의 경계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기여도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AI를 썼다고 감점하는 게 아니다. AI를 써놓고 확인조차 하지 않았을 때 감점하는 것이다. 말투가 어색하든, 개념이 틀렸든, 논리 흐름이 이상하든. 그건 제출자가 검토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AI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결정하고, 승인하고, 제출한 사람한테 책임이 귀속된다.
 
"AI가 대신 썼습니다"가 아니라 "AI 출력을 바탕으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이미 충분히 창작자다.
 

다시, 질문으로

AI는 표절이 아니라 편집이다. 그 편집은 나의 의도와 판단으로 완성된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었냐보다 왜 만들었고, 어떻게 사용했으며,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다. AI는 그 시작점에서 "너는 어떻게 시작할래?"라고 묻는다.
방향은 여전히 내가 들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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